[산행]/산행정보

독도법 공부하기

피터팬2 2011. 6. 5. 12:40

 

[월간산 자료에서 발췌]

 

산행은 탐험과 도전으로 들어서는 ‘길’이다. 이 땅엔 산도 많지만 길도 많다. 그러나 길이라도 다 길이 아니다. 특히

산길은 있다가도 끊어지고, 없다가도 나타난다. 그렇기에 낯선 산길에서 자신의 현재 위치와 가야 할 방향을 알 수

있는 지도와 나침반의 사용 능력은 필수다.

 

독도법을 몸에 익힌 사람들은 어느 산에서나 자유롭다. 어디든 자기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갈 수 있고 다른 사람을 안전하게 이끌 수도 있다.

‘독도법 초보’인 황소영 기자가 코오롱등산학교 박승기 강사의 지도로 독도법 초보 ‘딱지 떼기’에 나섰다. 3회에 걸쳐 나누어 싣는다.

 

초보자 : 과거를 잊고 거듭나야 한다

   

 

지난 1986년 K2 원정대원으로 참가해 체육훈장 백마장을 수상했고, 무려 20년이나 독도법 강의를 하셨단다. 언제, 어느 산, 어떤 악천후 속에서도 자유롭게 다닐 수만 있다면 그깟 독도법은 열두 번도 더 배울 수 있겠는데, 배운다고 모두 아는 것도 아니어서 수학시간을 앞둔 학생처럼 머리가 아파온다. 하지만 오늘도 이름 모를 산길을 헤매고 있을 산꾼들을 위해 ‘초보자 독도법 따라하기’에 힘차게 발을 들여놓는다.

 

 

지형도 : 그 안에 담긴 진실

 

일정한 축척에 따라 만들어진 지도는 도로나 행정구역 정도를 알아볼 수 있는 지세도(1:250000)와 건설 현장이나

토지 이용 계획 등에 쓰이는 국토 기본도(1:5000), 그리고 산행에 필요한 지형도(1:25000/1:50000) 등으로 나뉜다.

이 지형도는 땅의 모양 자체를 등고선 방식으로 표기하고 도로, 관할 구역의 경계, 논이나 밭의 표시, 마을의 형태

등을 함께 표기한 것으로 독도법에는 1:25000 정도가 무난하다. 지리산국립공원을 모두 보려면 10장이 넘는 지형도가 필요하니 그만큼 일반 등산 안내도에 비해 자세하고 세밀하게 기록되었다는 뜻이다.

 

지형도를 사려면 먼저 해당 지역의 ‘도엽명圖葉名’부터 알아야 한다. 도엽명은 그 지형도 안에 있는 가장 큰 도시 또는 마을 이름으로 정하며 지형도의 가장 위쪽에 크고 굵은 글씨로 적혀 있다. 도엽명은 지도 판매장에 있는 색인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국의 지도 판매처는 국립지리원 홈페이지(www.ngi.go.kr) 접속 후 왼쪽 메뉴에 있는 ‘클리어링 하우스’를 클릭하면 된다.

 

지형도를 포함한 대부분의 지도에는 ‘난외주기欄外註記’라는 게 있는데 실제 지도를 뺀 하얀색 바탕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여기에는 도엽명, 도엽번호, 편차각도표, 색인표, 제작과 인쇄 수정 날짜, 축척, 범례 등 지도를 보는 데 필요한 모든 정보가 적혀 있다. 먼저 난외주기의 위쪽부터 차례대로 살펴보는 게 나을 것 같다. (지형도와 꼭 번갈아 같이 보세요!)

 

지형도의 제일 위쪽에축척, 도엽명, 도엽번호가 적혀 있다. 도엽명이 지도의 이름이라면 도엽번호는 주민등록번호와 같아서 실제 독도에는 그리 중요하지 않지만 그 번호를 통해 대강 어느 지역인지 짐작할 수 있다.

 

지형도의 아래쪽은 윗부분보다 공간도 넓고 제법 다양하다. 왼쪽 위에 적혀 있는 최종 수정 날짜는 구입할 때 잊지 말고 확인해야 하는데, 수시로 주택과 도로 공사가 진행되므로 4~5년 지난 것도 실제 지형과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아래로 범례가 있다. 도로·국립공원·지류·과수원·학교 등을 기호로 표시한 것으로 지도 읽기의 기본이 된다. 만약 이 많은 기호를 모두 외운 사람만 지도 읽기가 가능하다면 얼마나 끔찍할까. 다행히 80여 개의 범례가 친절하게 해설되어 있다.

 

그 오른쪽 끝에는 ‘행정구역 색인표’가 있다. 등고선이나 기타 기호는 전혀 없이 행정구역의 경계선만 표시해둔 ‘지형도의 축소판’인 셈이다. 그 행정구역 경계선 안에 숫자를 적어 놓았고 표 아래로 그 숫자에 해당되는 시·읍·면의 이름이 적혀 있다. 커다란 지형도에서 특정 지역을 찾기 어려울 때는 이 색인표를 먼저 보면 된다. 예를 들어 도엽명 ‘양수’에서 ‘조안면’을 찾아야 하는데 지형도를 들여다보면 어디가 어딘지 알수가 없을 만큼 초보자에겐 복잡하다. 이럴 때 슬쩍 색인표를 본다. 표 아래 적힌 4번에 조안면이라고 써있으니 색인표 안에서 4번을 찾는다. 그 4번이 축소판의 중간에 있으면 지형도에서도 중간쯤이 조안면이다.

 

행정구역 색인표의 왼쪽에는 9개의 칸으로 만들어진 인근 ‘도엽명 색인표’가 있다. 종주산행의 경우 능선 일부분이 끊겨 그 능선을 이어줄 또 하나의 지형도가 필요할 때가 있는데 이럴 경우에 도엽명 색인표를 참고한다. 표의 제일 가운데 있는 도엽명이 현 지형도로 조금 굵은 선으로 표시돼 있다. 나머지는 인근 지역의 도엽명이므로 필요한 부분에 따라 해당 지형도를 구입하면 된다. 도엽명 색인표 옆에 있는 건 도자각과 도편각이 표시된 ‘편차각도표’다.

 

지형도에는 이렇게 여러 정보를 알려주는 문구나 기호·범례 등이 자세하게 적혀 있다. 지형도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항공 촬영을 해야 하는데 녹음이 우거진 여름과 눈이 쌓인 겨울은 피한다고 한다. 정확한 지형지물과 높이를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1:25000 지형도의 가격은 2400원이다.

 

나침반 :ㅣ 지도의 단짝 친구

 

지형도를 구입했다면 ‘단짝 친구’인 나침반이 빠질 수 없다. 그림자 위치나 별자리를 갖고도 방향을 알 수 있겠지만 정확하지 않을 뿐더러 날씨가 궂은 날이라면 바로 앞의 길도 찾기 힘들다. 따라서 산의 생김새를 자세히 알려주는 지형도와 올바른 방향을 지시하는 나침반은 꼭 함께 있어야 한다. 지형도와 마찬가지로 목적에 따라 종류가 다양한데 산행용이라면 실바(스웨덴)·썬토(핀란드)·렉타(스위스) 제품 중 하나를 선택하면 무난할 것 같다.

 

참,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나침반을 남극에서 사용하면 자침이 바닥에 붙어버린다고 한다. 지구의 자기장이 태양에 영향을 받고, 우리나라도 그 영향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국내에서 사용되는 나침반의 뒷면에는 ‘MNMagnetic North’이라는 표시가 있다. 지구상에는 모두 5종류의 나침반이 있어서, 각 지역에 맞는 것을 사용해야 한다. 지형도 구입을 정부대행 지도 판매처에서 한다면 나침반 구입은 가까운 장비점이나 인터넷 쇼핑으로 가능하다. 가격은 대략 3만원 안쪽이다.

 

가고자 하는 곳의 지형도와 쓸만한 나침반을 모두 준비했다면 간단한 필기도구도 함께 배낭에 넣는 것이 좋다. 디지털 카메라로 특정 지형을 찍어두고 집으로 돌아와 지형도와 확인해보는 것도 괜찮다. 특출난 기억력이 아니고서는 한 번 다녀온 길을 지형도와 일치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복습 뿐만 아니라 예습도 중요하다. 경험이 많은 안내자도 악천후 속에선 당황하는 수가 있으므로 갈림길에서의 안전한 판단을 위해, 산행 전 미리 지형도를 보는 습관이 중요하다. 독도법에 숙달된 산꾼이라면 지형도를 보면서 비바람 소리, 계곡의 물소리, 새소리 그리고 산 냄새까지 맡을 수 있다. 야영을 해야 할 곳, 휴식을 취할 곳, 위험한 곳 등을 지형도를 통해 미리 파악하여 전반적인 산행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흔히 ‘인도어 클라이밍indoor climbing’이라고 불리는 이 작업에서부터 전문 산악인과 일반 탐방객의 차이가 드러난다.

 

장소 : 낮은 산에서 시작하라

 

독도법을 배우려면 당장 높은 산에라도 올라가야 하는 줄 알았는데 정작 도로나 마을, 그중에서도 그린벨트 지역이 가장 좋다고 한다. 개발제한에 묶여 지형도와 실제 지형이 큰 차이가 없다는 게 박승기 강사의 설명이다. 집과 가까운 곳이라면 더욱 좋다. 여유 있을 때마다 같은 지형에서 반복 연습하며 익힐 수 있을 테니까.

 

이렇게 경험이 쌓인 후에야 비가 오고 안개가 낀 날에도 실력 발휘를 할 수 있고 차츰 높은 산과 어스름한 저녁시간을 이용해 연습의 강도를 높여갈 수 있다. 박승기 강사가 추천한 장소는 양수리 부근의 ‘조안리’로 도엽명은 ‘양수’, 도엽번호는 NJ 52-9-13-3이다.

 

조안리로 떠나기 전 박승기 강사는 지형도에 자북선을 그어오라는 숙제를 냈다. 같은 북쪽이라도 북극성 방향으로서 지도 제작의 기준이 되며 변하지 않는 ‘진북’과 나침반의 자침이 지시하는 ‘자북’, 지도 상의 북쪽을 의미하는 ‘도북’이 있다. 지도는 진북을 기준으로 제작이 됐고, 나침반의 자침은 자북점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에 지도를 정확히 보기 위해서는 지도 위에 자북선을 그어줘야 한다.

 

우리나라는 서편각으로 기울어져 있어서 나침반의 360°에서 각 지도에 인쇄되어 있는 도자각을 빼야 하는데, 예를 들면 ‘양수’의 도자각은 7° 30´으로 나침반의 방향 다이얼을 360°가 아닌 ‘352° 30´’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하지만 모든 지형도에는 도자각이 정확하게 기록돼 있어서 30cm 자 등으로 곧게 이으면 된다. 그후 그 선의 양옆 4cm씩 평행으로 그어주면 ‘축척에 따른 지형도에서의 거리’를 알 수 있으므로 더 좋다. 1:25000은 1cm가 250m니까 4cm면 1km다. 이렇게 미리 그어 놓으면 ‘자북선 긋기 방법에 의한 도자각 수정’이 되므로 나침반에서 별도로 도자각을 계산하고 뺄 필요가 없다.

 

드디어 현장 연습을 위해 조안리로 떠나는 날, 청량리역 앞에서 지도 접는 법을 배운다. 박승기 강사가 시범을 보인다. 실제 지형을 중심으로 난외주기를 뒤로 접는 식이다. 먼저 아래 부분을 접고, 양옆을 접고…. 한눈에 보기에도 그리 어렵지는 않다.

 

“자, 이제 직접 해보세요.” 박 강사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비어 있는 옆 탁자로 옮겨 지형도를 접어본다. 아래 부분을 접고 양옆을 접고…. 가만, 그리고 뭐였더라. 슬쩍 눈치를 살핀다.“지도면이 안으로 들어가게 접어야 나중에라도 이물질이 묻지 않아요. 이번엔 놓치지 말고 잘 보세요.”

 

양옆까지 접은 다음에는 각각 경도와 위도선에 맞추어 접어야 한다. 마지막에는 도엽명이 잘 보이도록 45 °로 접어서 마무리한다. 몸집이 1/12로 줄었다. 간혹 2절지인 지형도를 통째로 코팅해 갖고 다니는 분들이 있다. 지도를 보호하기에는 좋지만 배낭에 넣기가 힘들다. 이런 지도는 접을 수가 없으므로 대개 배낭 옆 주머니에 둥글게 말아 넣는데 산행 중 빠질 수 있으니까 주의해야 한다.

 

무턱대고 직사각형으로 접어두면 나중에 도엽명이 보이질 않아서 일일히 펼쳐봐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등고선이나 기호들이 훼손돼 보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지형도를 접을 때는 지역 확인이 쉽도록 꼭 도엽명이 보이게 접어둬야 한다. 산행 때마다 상자 속에 들어 있는 10여 장의 지형도를 하나씩 펴보던 생각에 슬며시 웃음이 난다. 이제는 도엽명이 잘 보이도록 책꽂이에 나란히 꽂아놓거나 지도 케이스 등에 넣어야겠다.

 

연습 : 독도법도 한걸음부터

 

깔끔하게 접힌 지도를 배낭에 넣고 166-2번 버스에 몸을 실었다. 봄볕에 꾸벅꾸벅 졸기도 하고, 시원한 강 풍경에 넋을 놓기도 하다가 1시간이 지나서야 조안리 입구에 닿는다. 버스에서 내린 박승기 강사는 지형도를 실제 방향과 일치시키는 ‘지도정치’부터 한다. 북은 저쪽인데 지도의 북을 이쪽으로 돌려놓으면 안 된다.

 

나침반을 지도 위에 올려놓고 자침의 북쪽 화살표에 지도의 북쪽 방향이 가도록 지도만 돌려서, 미리 그어둔 자북선과 나침반의 자침을 일치시켜야 올바른 지도정치다. 또 지도는 앞으로 나가는 방향으로 봐야 한다. 예를 들어 북쪽에서 남쪽으로 갈 때는 지도를 거꾸로 보고, 남쪽에서 북쪽으로 갈 때는 지도를 원래 위치대로 보면 된다. 모든 지도는 위쪽이 ‘북’이다.

 

“철길이 있고 왼쪽에 물줄기가 있지요. 그렇다면 지도에 표시된 이 다리는 여기가 될 테고, 이 집들 뒤로 새로운 마을길이 생긴 거네요.” 도로와 마을에서부터 시작하는 지도 읽기는 어렵지 않아서 다행이다. 눈 앞에 보이는 집·도로 등과 지도를 번갈아 살펴보며 순간순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확실히 보여주는 건물·도로 등을 ‘선형특징물’이라고 한다. 횡단보도의 보행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박승기 강사는 ‘어리숙한 초보자’에게 격려를 한다. “독도법은 자전거 타는 거와 비슷해요. 한번 배워두면 쉽사리 잊혀지지 않습니다.” 부디 박승기 강사의 말이 맞기를 바란다. 그랬으면 좋겠다. 아직은 이래저래 정신없지만 자전거 하나만은 잘 탈 수 있으니까.

 

먼지를 날리는 버스 뒤쪽으로 신호등의 초록불이 보인다. 이제 도로와 저 철길을 건너 본격적인 독도법의 즐거움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손에 쥐고 있던 나침반을 목에 걸고 힘차게 첫발을 내딛는다

 

 

◇ 지형도를 실제 방향과 일치시키는 ‘지도정치’에서부터 독도법이 시작된다. 

 

나침반을 지도 위에 올려놓고 자침(빨간색 바늘)의 북쪽 화살표에 지도의 북쪽 방향이 가도록 지도만 돌려서, 미리

그어둔 자북선과 나침반의 자침을 일치시켜야 올바른 지도정치다. 또 지도는 앞으로 나가는 방향으로 봐야 한다.

예를 들어 북쪽에서 남쪽으로 갈 때는 지도를 거꾸로 보고, 남쪽에서 북쪽으로 갈 때는 지도를 원래 위치대로 보면

된다. 모든 지도는 위쪽이 ‘북’이다.

 

◇ 지도 접는 법. (사진 촬영_ 하현희).

 

1. 난외주기의 아래 부분을 뒤로 젖혀 접는다.  2. 난외주기의 양옆을 차례대로 접는다. 3. 이물질이 묻지 않도록 지도를 안쪽으로 해서, 경도선에 맞춰 세로로 3분등 해 접는다. 4. 도엽명이 보이도록 위쪽을 각각 45도 정도 뒤로 젖혀 접는다.  5. 아래 부분을 위도 35분 선에 맞추어 접는다.  6. 다시 접어 마무리한다. 접은 지도는 책꽂이나 지도케이스 등에 넣어 보관한다.

 

 

◇ 도엽명 색인표

 

◇ 종주산행의 경우 능선 일부분이 끊겨 그 능선을 이어줄 또 하나의 지형도가 필요할 때가 있는데 이럴 경우에 도엽명 색인표를 참고한다. 표의 제일 가운데 있는 도엽명이 현 지형도로 조금 굵은 선으로 표시돼 있다. 나머지는 인근 지역의 도엽명이므로 필요한 부분에 따라 해당 지형도를 구입하면 된다.

 

자북선 긋기

 

같은 북쪽이라도 북극성 방향으로서 지도 제작의 기준이 되며 변하지 않는 ‘진북’과 나침반의 자침이 지시하는 ‘자북’, 지도 상의 북쪽을 의미하는 ‘도북’이 있다. 지도는 진북을 기준으로 제작이 됐고, 나침반의 자침은 자북점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에 지도를 정확히 보기 위해서는 지도 위에 자북선을 그어줘야 한다.

 

 

◇ 우리나라는 서편각으로 기울어져 있어서 나침반의 360°에서 각 지도에 인쇄되어 있는 도자각을 빼야 하는데,

예를 들면 ‘양수’의 도자각은 7° 30´으로 나침반의 방향 다이얼을 360°가 아닌 ‘352° 30´’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하지만 모든 지형도에는 도자각이 정확하게 기록돼 있어서 30cm 자 등으로 곧게 이으면 된다.

 

 

◇ 그후 그 선의 양옆 4cm씩 평행으로 그어주면 ‘축척에 따른 지형도에서의 거리’를 알 수 있으므로 더 좋다. 1:25000은 1cm가 250m니까 4cm면 1km다. 이렇게 미리 그어 놓으면 ‘자북선 긋기 방법에 의한 도자각 수정’이 되므로 나침반에서 별도로 도자각을 계산하고 뺄 필요가 없다.

 

◇ 지도읽기에선 미리 그어진 자북선과 나침반의 북방지시화살표

또는 보조지시선을 일치시켜야 하는 경우가 많다.

 

 

 

[월간 <마운틴> 03년 5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산행을 해본 사람이라면 으레 한번쯤 길을 잃기 마련이다. 매번 맑은 날씨에 넓은 등산로만 다닌다면 그럴 일은 없겠지만, 사람의 일은 로또 복권의 여섯 자리 숫자보다도 더 맞추기 힘든 것 같다. 산행 횟수가 늘어나면서 더 자주 더 많이 더 다양한 길로 오르게 되고, 또 그때마다 가끔씩 예기치 못한 상황을 만나게 된다. 바로 이런 상황,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짠하고 나타나 솟아날 구멍을 열어놓는 게 독도법이다. 그럴 경지에 이르려면 연습 또 연습, 번거롭더라도 실제 지형과 지도를 비교하는 습관을 미리미리 몸에 익혀야 한다.

 

 

길 : 내 손 안에 있소이다

 

독도법 연습 장소로 정한 조안마을 입구에서 어떤 길로 갈 것인가를 먼저 정한다. 지형도를 꼼꼼히 살펴보던 박승기 강사가 남서쪽 길을 택한다. 코스는 짧지만 여러 가지 지형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2001년에 수정한 지형도에는 표기돼 있지 않은 시멘트 길이 벌써 이곳 조안마을에 새로 놓였다.

 

도엽명 ‘양수’의 같은 지형도(1:25000)라도 1997년 수정본은 또 다르다. 새로 생긴 시멘트 길은 물론 외촌까지 이어진 길이 하나도 그려져 있지 않다. 아마도 수정 후인 1997년 이후에 만들어진 모양이다.

그래서 지형도를 구입할 때는 최종 수정 날짜를 꼭 확인해야 한다. 독도법에 익숙해지면 지도에 없는 새 길을 거뜬히 그려 넣을 수도 있다.

 

코스가 정해지자 조안초등학교 길을 버리고 왼쪽으로 돌아, 비포장 도로를 따라 오른다. 지도에는 작은 점선으로 ‘식생계’가 표시되어 있는데, 난외주기의 아랫부분 범례에는 ‘지류’라고 써 있다. 논과 밭, 흙과 숲을 가르는 경계선이다. ‘여기까지는 논이고 여기서부터 숲’임을 촘촘한 점선들이 표시하고 있다. 지형도와 번갈아 보면 제법 ‘아, 그렇구나’ 수긍이 간다.

 

 “1:25000에는 표시되어 있지 않지만 여기에는 이 지점에 집이 있습니다. 직접 가서 확인해볼까요?” 박승기 강사가 1:5000 지도를 보여준다. 지도의 축척은 비율이 적을수록 자세한데 ‘국토기본도’인 1:5000은 주로 건설 현장, 설계를 위한 기본 계획에 사용된다. 산행에는 1:50000이나 1:25000 정도가 무난하다. 등산안내도가 너무 자세하면 오히려 시원하게 펼쳐진 능선을 한번에 보기가 어렵다. 그의 말대로 언덕으로 이어진 길을 올라서자 오른쪽에 조그만 집 한 채가 보인다. 국토기본도에는 ‘생사람고개’라는 이름도 적혀 있다.

 

파크건축컨설팅 대표이기도 한 박승기 강사는 단순한 독도법 뿐만 아니라 집과 무덤의 위치를 정하는 풍수지리에도 밝다. 일단 지도 읽는 것에 익숙해지면 산행은 물론이고 땅장사를 해도 손해 볼 일이 없다며 웃는다.

 

“길이 이쯤에서 W 모양으로 휘는데 지도에도 그렇게 표시됐는지 알아 봅시다.” 조금이라도 더 확인시켜 주려는 그의 뒤에서 어정쩡한 모습으로 지도를 들여다본다. 아직 눈에 들어오는 건 아니지만 어렴풋이 실제 모습과 지형도의 검은 선이 자연스레 겹쳐 보인다. 외딴 집을 지나 W자의 오솔길을 따라 오르면 곧 104봉이다. 낮은 야산 정상에는 또 한 채의 집이 있다. 2001년 수정본과 1:5000 국토기본도에도 나오지 않으니 최근에 지었을 것이다. 시간은 벌써 낮 1시를 넘어섰다.

 

“어휴, 힘들고 배고파서 더 이상 못 가겠어요. 여기서 밥이라도 먹죠?” 제법 전망이 좋아 괜히 박승기 강사의 발목을 잡아본다. 배낭에 넣어온 돗자리를 펴고 김밥과 과일을 펼쳐 놓는다. 저 아래로 밭을 갈고 있는 농부 아저씨가 보인다.

 

“지금 저 분이 계신 곳이 지도에선 어디일까요?” 궁금한 게 있으면 무조건 물어보고 확인해보기로 했다. 우리가 앉아 있는 곳은 지형도 상에서 완만한 경사면이고, 그 아래로 식생계와 좀전에 걸어온 시멘트 길이 표시돼 있다. 식생계는 언덕과 도로 사이에 그려졌고, 그 안에 밭을 표기한 기호가 있다. 농부 아저씨는 도로와 가깝게 있으니 지형도에서도 도로 부근에 있다. 멀리 팔당호의 푸른 물줄기가 건너다 보인다.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 W자의 좁은 길을 내려선다. 지형도에는 논과 밭을 가르는 식생계 선을 따라 길이 이어지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보이지 않는다. 항공사진을 기초로 제작된 지형도가 100% 정확할 수도 없을 뿐더러 일일이 답사를 하더라도 이런 좁은 길까지 그려낼 재주는 없을 것 같다.

 

지도가 실제 지형과 다를 때는 감각에 의지해야 한다. 그것은 또 꾸준한 산행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고난도의 기술이다. 길은 지도보다 약간 남쪽으로 나 있다. 나무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지도를 제대로 보는 법, 지도가 실제 지형과 다를 경우 감각에 의해 길을 찾는 법도 초보자에겐 어렵기만 하다.

 

독도법 : 드디어 실체를 드러내다

 

안부에 올라서자 정면으로 꽤 높은 봉우리가 보인다. 1:5000에는 ‘방아다리고개’라는 이름이 적혀 있다. 박승기 강사는 기다렸다는 듯 눈에 보이는 산이 지형도의 어디쯤에 있는 것인지를 알아보자고 한다. 지금까지는 지도와 실제 지형의 모습을 단순히 확인하는 작업이었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독도법에 들어가는 셈이다.

 

그러나 잠깐! 새색시의 옷고름을 풀지 않고선 첫날밤을 보낼 수 없듯, 실전 독도법에 앞서 꼭 알아둬야 할 것이 지도에서 방위각 측정’ ‘방위각 진행’ ‘실제 지형에서의 방위각 측정’이다. ‘방위각 삼 형제’와 먼저 친해져야 그 위의 고단수 형님들과도 금세 허물없이 지낼 수 있다.

 

지도에서의 방위각 측정  지도에서의 방위각은 특정한 어느 한 지점에서 바라본 또 다른 지점의 각도를 재는 것으로, 자북선에서 시계 방향으로 벌어진 각도를 말한다. 산행 전 미리 가야 할 곳의 두 지점 간 방위각을 측정해두면 안개나 어둠 속에서도 비교적 정확하게 목표 지점까지 갈 수 있다.

 

도엽명 ‘양수(1:25000)’를 기준으로 ‘지도에서 방위각 측정’ 연습을 하자면, 우선 지도정치를 한 다음 방위각을 측정할 두 지점, 199.4봉(A)과 예봉산(B)을 정한다. 나침반을 A에서 B쪽으로 향하게 해서 나침반의 옆면을 지도에 맞춘다. 나침반의 ‘다이얼을 돌려서’ 북방지시화살표나 보조지시선을 자북선에 일치시킨다. 다이얼 눈금선에 나타난 각도가 A에서 B의 방위각, 즉 199.4봉에서 예봉산의 방위각으로 대략 312°다.

 

방위각 진행  만약 199.4봉에 올랐다면 나침반의 다이얼 눈금선을 312°에 맞추시라. 나침반을 손바닥 위에 평평하게 올려놓고 자침, 그러니까 나침반에서 북쪽을 가리키는 바늘과 나침반의 바닥에 그려진 빨간색 ‘북방지시화살표’가 일치될 때까지 몸을 돌린다. 진행선이 가리키는 방향에 예봉산이 있다.

 

지도에서의 방위각 측정은 ‘인도어클라이밍indoorclimbing’에서 그 진가가 드러난다. 가고자 하는 산의 지형도를 구입한 후에 각 봉우리마다 방위각을 미리 측정해놓으면 수많은 봉우리 중에서 찾고자 하는 봉을 손쉽게 알아낼 수 있다. ‘방위각 진행’을 이용하면 산행 중 갈림길이 나타났을 때 어느 방향으로 가야 계획된 코스로 갈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정확한 방위각 진행을 위한 연습 방법으로 ‘코인헌트’라는 게 있다. 출발 지점에 동전 하나를 놓는다. 나침반의 자침과 북방지시화살표가 일치하도록 맞춰놓고(0°) 진행선이 가리키는 앞쪽으로 열 걸음 나간다. 그 지점에서 나침반 다이얼을 120°로 돌리고 다시 자침과 북방지시화살표를 일치시킨 다음(나침반 다이얼이 아니라 몸을 돌려서 일치시킨다) 진행선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열 걸음 걸어간다. 그 다음 지점에서 다시 120°를 더한, 그러니까 이제는 240°에 다이얼을 맞춰놓고 자침과 북방지시화살표가 일치하도록 몸을 돌린다. 그 다음 진행선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또 열 걸음 걸어간다. 넓은 실내나 밖에서 연습해야 하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동전을 중심에 두고 삼각형으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구불구불 높고 낮은 산에서도 이렇게 딱딱 맞아떨어지진 않겠지만 나침반의 방위각에 따라 이동하는 연습을 해보니 참 신기하고 재미있다.

 

실제 지형에서의 방위각 측정  박승기 강사는 눈 앞에 보이는 봉우리가 지형도의 어디쯤인지를 알아보자고 했다. 특정 목표물(봉우리)을 지도에서 찾으려면 먼저 현재 위치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처음 출발한 도로에서부터 지형도와 차례대로 비교해 왔으니 현재 위치(방아다리고개)를 아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 현재 위치에서 다른 한 곳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면 먼저 방위각을 측정해야 한다.

 

나침반을 왼손에 들고 눈이 45°로 나침반을 내려볼 수 있도록 가슴 앞쪽으로 댄 다음 눈에 보이는 봉우리와 일직선으로 맞춘다. 자침과 북방지시화살표가 일치하도록 다이얼을 돌려야 하는데, 이때 나침반이 움직여서는 안 된다. 자침과 화살표가 일치되면 다이얼 눈금선에 나타난 각도인 방위각을 확인한다. 이렇게 눈에 보이는 목표물의 방위각을 현장에서 확인하는 것을 ‘실제 지형에서의 방위각 측정’이라고 한다.

 

나침반을 움직이지 말고 방위각을 측정하라지만 자꾸 손이 떨리고, 봉우리의 모습도 왼쪽 눈을 감을 때와 오른쪽을 감을 때, 심지어 두 눈을 모두 떠도 겹쳐 보이는 것 같다. 그래서 이럴 땐 거울이 달린 2차원 나침반이나 3차원 나침반이 편하고 정확하다. 평면적인 1차원 나침반일 경우엔 정확한 측정이 되도록 반복 훈련해야 한다.

 

특정 목표물 지도에서 찾기  이제는 측정한 방위각을 지도와 확인해봐야 한다. 평평한 흙 위에 지도를 내려놓고 지도정치한다. 그 다음 나침반의 옆면 아랫부분을 지도상의 현재 위치에 맞추어 고정시키고, 나침반의 보조지시선이 자북선에 평행으로 일치될 때까지 ‘나침반을 돌린’ 후(나침반을 돌리다보면 이리저리 움직이는데, 현재 위치에 연필로 점을 콕 찍어 세워두고 나침반을 돌리면 연필을 기둥 삼아 거의 흔들리지 않는다) 선을 긋는다. 이 선상에 봉우리가 있다. 이 방법이 ‘특정 목표물 지도에서 찾기’다. 그렇기 때문에 독도법 연습 전 미리 자북선을 그어오라고 숙제를 내셨나보다.

 

봉우리의 방위각은 약 301°다. 지도상의 470봉으로 추정되지만 아직은 정면의 봉우리를 지도에서 찾는 게 쉽지 않다. 본격적인 독도법 기술로 들어가면서 머리가 아파온다. “봉우리가 어딘지 지도에서 찾았나요?” 박승기 강사가 물어올 때마다 “예….”라고 고개는 끄덕이지만 처음부터 “예!”라고 자신있게 대답할 수는 없다. “어디 봐요. 어느 지점인가요?” 정답을 다시 물어오는 박승기 강사의 질문에 잔뜩 긴장이 된다. “여기가 맞나요?” 한 지점을 뭉뚱그려 찍어두고 딴청을 부린다.

 

독도법, 내게는 너무나 멀고 높은 산이다. 그러나 도저히 모르겠다고 벌써부터 포기하면 곤란하다. 군대를 갔다 온 남자들도 설명 몇 줄만으로 독도법을 이해하긴 힘들다. ‘난 도저히 안 돼.’ 미리 포기할 필요는 없다. 지형도와 나침반을 옆에 두고 찬찬히 연습해보면 분명 희미하게나마 길이 보일 것이다. 쉬엄쉬엄 고갯길을 내려서는 박승기 강사의 뒤를, 지형도·나침반·필기도구를 움켜쥐고 부지런히 쫓아간다. 초보자 딱지를 뗄 그날까지 나에게 포기는 없다.

 

그 밖의 설명

 

◇ 지형도와 단면도

◇ 지형도 등고선에서 숫자가 점점 높아지는 쪽이 산의 정상 부분이다.

등고선은 높이가 다른 땅의 형태를 보여준다.

 

(A) 지도에서 방위각 측정하기

 

◇ 방위각을 측정하고자 하는 두 지점, A와 B를 정한다.

나침반을 A에서 B쪽으로 향하게 한 다음 나침반의 옆면을 지도에 맞춘다.

 

◇ 나침반의 다이얼을 돌려서 북방지시화살표나 보조지시선이 자북선에 일치되게 한다.

이때 나침반의 자침 위치는 무시해도 된다. 나침반의 다이얼 속에 있는 눈금선에

나타난 숫자(사진 속 빨간 원 안의 숫자)가 A에서 B의 방위각이다.

(B) 방위각 진행

 

◇ 눈금선에 진행하고자 하는 각도를 맞춘다.

 

 

◇ 나침반을 꼭 잡고 수평으로 유지한 다음 북방지시화살표와 자침이 일치하도록 천천히 몸을 돌린다.

나침반의 진행선을 따라 가면 목적지의 방위각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한번쯤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설악의 대청이나 지리의 천왕에 올라 발아래로 겹겹이 둘러쳐진 산능선을 바라보며, 하나 하나 봉우리의 이름을 불러보는 모습. 앞을 분간할 수 없는 어둠과 안개 속에서도 목적지를 향해 자신있게 내딛는 발걸음. 그대를 믿고 산행에 나선 일행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독도법, 그 기술을 능숙하게 구사하는 모습을….

 

초보자 딱지를 떼기 위해 연재를 시작한 독도법도 이번 달로 끝을 맺는다. 실전에 들어가면서 점점 어려워지긴 하지만...  초보자여, 마지막까지 한 줄 희망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 이제 정상이 저기 저 너머로 보이기 시작하니까.

 

방아다리고개를 내려서자 시멘트 길이 나타난다. 등산화에 묻은 진흙을 탁탁 두들겨 떨어내며 짐짓 여유있는 표정을 지어 보이지만 혹시 박승기 강사가 뜬금없는 질문을 해올까봐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외국어도 자신감이 있어야 가능하다는데 독도법 역시 틀려도 좋으니, 자신감을 갖고 여러 번 연습해야 한다. 물론 실전에선 틀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눈에 익은 지형, 도로에서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다.

 

 

현재 위치 찾기 

 

지도를 들고 산행하다 보면 가끔 내가 어디쯤 가고 있는지를 잊거나 아예 모를 때가 있다. 이럴 경우 내 현재 위치를 알려주는 방법이 ‘현재 위치 찾기’다. 눈앞에 있는 봉우리가 어디인지 궁금할 때 먼저 자신의 현재 위치를 파악한 후 ‘특정 목표물 지도에서 찾기’ 방법을 이용하는 것처럼, 현재 내 위치를 알려면 반대로 특정 목표물이 무엇인지 알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지금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왼쪽으로 보이는 봉우리 이름을 알고 있다면 나의 위치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말이다. 먼저 지도에서 정확히 알고 있는 목표물(봉우리)을 정한다. ‘실제 지형에서의 방위각 측정’ 방법에 의해 그 목표물의 방위각을 잰 다음 나침반의 옆면 위쪽이 목표물을 향하도록 지도 위에 올려 놓는다. 북방지시화살표나 보조지시선이 미리 그어둔 자북선과 일치되도록 ‘나침반’을 돌린다.

 

 

자북선과 보조지시선이 일치하면 옆면으로 선을 긋는데 그 선과 만나는 지점이 지도상 나의 현재 위치다. 만약 이번처럼 ‘도로’라는 ‘선형특징물’에서 연습을 한다면 그 선이 통과하는 도로에 서 있다는 얘기가 된다. 독도법 연습 장소인 조안면은 처음 가본 곳이라 눈앞에 보이는 특정 목표물을 정확히 알고 있다고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방아다리고개에서 약 301° 지점인 470봉을 찾은 적이 있으니, 반대로 현재 위치를 모른다는 가정 하에 연습을 해볼 순 있다. 나침반의 방위각을 301°로 맞춰놓고 옆면 위쪽을 지도의 470봉에 댄다. 그 다음 보조지시선이 자북선과 일치할 때까지 나침반을 통째로 돌리면 된다. 둥그런 다이얼을 돌려서 맞추는 게 아니라 나침반을 모두 돌려야 한다.

 

 

독도법 실전에서 나침반의 다이얼을 돌리는 경우는 ‘지도에서 방위각 측정하기’ 등 방위각을 잴 때다. 다이얼 중간에 있는 굵은 흰색 눈금선이 기준이므로 측정한 방위각을 맞추려면 다이얼을 그 눈금선에 맞춰야 하는 까닭이다. 그외 위치나 목표물 찾기 등에서는 이미 눈금선에 방위각을 맞춘 후여서 나침반 자체를 돌리는 것이다. 어쨌든 지도의 특정 지점에 나침반을 놓고 돌리다보면 나침반이 이리저리 움직이는데 연필로 목표물을 콕 찍어두고 연필을 기둥 삼아 돌리면 편하다.

 

 

지도에 나타난 특정물을 현장에서 찾기

 

지도를 보면서 산행을 할 때 지도 상의 어느 특정한 목표물이 실제 지형에서 어느 방향에 있는 무엇인지 궁금할 때도 있다. 그때 사용하는 방법은 ‘지도에 나타난 특정물을 현장에서 찾기’다. 현재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알고 있어야 가능하다.

 

 

지도에 나타난 특정 목표물을 ‘지도에서의 방위각 측정’ 방법으로 방위각을 측정한다. 그 다음 목표물까지의 지도상 직선 거리를 재야 하는데, 1:25000은 4cm가 1km다. 그래서 ‘도자각을 이용한 자북선 긋기’를 한 후엔 각각 4cm씩 평행선을 그어주는 게, 대략적인 거리를 계산할 수 있어 편하다. 방위각을 측정하고 거리도 알았으면 ‘방위각 진행’에 의해 나침반의 자침과 북방지시화살표가 일치되도록 몸을 돌린다. 진행선상의 직선 방향에 알고자 하는 목표물이 있다.

 

 

도엽명 ‘양수(1:25000)’, 그중 조안면 일대에서 가장 눈에 띄는 봉우리는 예봉산이다. 지형도에 나타난 예봉산을, 방아다리고개를 내려온 시멘트 도로에서 찾는다면…. ‘지도에서의 방위각 측정’에 의해 방위각은 약 312°고 그곳까지의 직선거리는 14cm. 나침반의 자침과 북방지시화살표가 일치되도록 몸을 돌리고 진행선이 가리키는 방향, 그러니까 현재 위치에서 312° 지점에다 3km 남짓 떨어진 곳에 우뚝 솟은 봉우리가 예봉산이란 얘기다. 가끔은 앞의 봉우리에 가려 정작 찾고자 하는 봉이 보이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익숙한 지형에서 연습과 반복 훈련을 꾸준히 해두는 것이 좋다.

 

 

 

마무리  초보자에게 포기는 없다

 

계곡을 넘어 마을로 내려선다. 다행히 버스정류장이 코앞이다. 박승기 강사는 교육을 마친 후 대중교통의 연계 지역까지를 감안해서 이동한 셈이다. 배낭을 미처 추스리기도 전에 청량리로 가는 버스가 온다. 이렇게 독도법 교육도 끝을 맺는다. 하나를 가르쳐주면 열을 아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기껏 가르쳐준 걸 돌아서는 순간부터 잊어버리는 사람도 있다.

 

 

점점 복잡해지는 독도법의 세계를 잘 헤쳐나가려면 잊어버리는 순간, 다시 이해하고 기억하는 끈기를 발휘해야 한다. 인쇄된 글씨체만으로 독도법을 이해하긴 힘들다. 누군가 옆에서 가르쳐준다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그럴 여건이 되지 못할 때 ‘초보자 독도법 따라하기’가 그야말로 올바른 나침반의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평소 자주 가는, 그래서 퍽 익숙한 지형에 서서 그간 연재됐던 자료를 손으로 하나씩 짚어보고 연습한다면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사실 ‘초보자 딱지’를 떼는 나부터도 4월부터 연재된 기사를 칼로 예쁘게 오려, 산행 때마다 배낭 속에 넣어갈 생각이다. 박승기 강사의 말처럼 독도법은 자전거 타는 거와 같아서 한번 배워두면 쉽게 잊히지 않을 것을 믿는다. 누군가 뒤에서 잡아주지 않아도 복잡한 도심의 아스팔트를 자전거로 훨훨 달릴 수 있는 실력이 될 때까지, 아니 더 이상 ‘초보자 독도법 따라하기’ 기사를 펼쳐보지 않아도 될 때까지 우리 초보자들의 ‘지도와 나침반 보기’연습은 계속 되어야 한다. 언제나 헤메는 그대, 이제 독도법의 어지러운 실타래를 차근차근 한 올씩 풀어보자.

 

◇ 그림 속에 나타난 478.5봉은 지도 상에서 정확히 위치를 알고 있는 목표물이다.

그곳에 나침반 옆면 위쪽을 대고 북방지시화살표나 보조지시선이 자북선과

일치되도록 나침반을 돌린다. 그후에 목표물과 맞닿은 옆면을 따라 선을 긋는다.

그 선과 만나는 도로가 현재 위치다.

 

도로에서 현재 위치 찾기

 

1. 지도에서 정확히 위치를 알고 있는 목표물을 정한다.  

2. '실제 지형에서의 방위각 측정'을 이용해 목표물의 방위각을 잰다.

 

3. 나침반 옆면의 위쪽을 목표물을 향하게 해서 지도 위에 놓는다.

 

4. 보조지시선이 지도의 자북선과 일치되도록 나침반을 돌린다.  

5. 나침반 옆면으로 선을 긋는다.  

6. 5번의 선과 도로가 만나는 점이 지도상의 현재 위치다.

 

지도에 나타난 특정물을 현장에서 찾기

 

1. 지도에 나타난 특정 목표물을 '지도에서의 방위각 측정' 방법에 의해 방위각을 잰다.

   먼저 지도상 자신의 현재 위치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2. 목표물까지의 지도상 직선거리를 재야 하는데,

1:25000은 4cm가 1km다.

 

3. '방위각 진행'에 의해 나침반의 자침과 북방지시화살표가 일치되도록 몸을 돌린다.

4. 나침반 진행선 상의 직선 방향에 지도에서 알고자 하는 목표물이 있다.

 

◇  지도에 나타난 특정물을 찾으려면 먼저 현재 위치를 정확히 알고, 그 다음 그곳의 방위각을 재야 한다. 현장에서 찾는 것이므로 지도가 아닌 몸을 돌려 나침반의 자침과 북방지시화살표를 일치시켜야 한다.

 

'[산행] > 산행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백산 구봉팔문(법월팔문)  (0) 2012.05.08
독도법(상하)  (0) 2011.06.05
배낭 착용법  (0) 2010.04.04
배낭의 구조와 기능  (0) 2010.04.04
섬진지맥  (0) 2010.04.02
지형도 찾기  (0) 2010.03.18
정부지도 판매 대행업체  (0) 2010.03.18
십승지(十勝地) 환종주   (0) 2010.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