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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그저 북측은 무섭고 나쁘다고만 교육을 받고, 세월이 흘러 북측의 소식을 간간히 접하며 긴 세월을 지나 처음으로 호기심과 두려움을 품은 채 북방한계선을 넘는 그 순간의 감동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들었던 금강산의 아름다움, 산행 중간중간 나의 말벗이 되어 준 북측 안내원 동무, 흔들리는 철계단에서 무서워하며 오르지 못하는 윤주님에게 여기까지 와서 세존봉을 보지 못하면 아쉽지 않냐며 손을 잡고 같이 올라주던 앳된 젊은 안내원, 차창으로 스쳐 지나가며 보이는 60,70년 대 모습을 간직한 북측 마을 풍경, 허름한 차림이지만 순박하게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 표정없는 군인들의 경계... 만물상을 내려와 왜 그리 서둘러 가냐고 앉아서 이야기나 합시다 하며 이것저것 묻고 대답하고, 그 대화를 고개숙여 조용히 듣던 여성 안내원.... 이틀이 지났지만 벌써 많은 시간이 흐른 듯한 느낌이다...
우리가 조금 잘산다고 가끔은 무례한 행위도 한다는 안내원의 말에 미안하기도 했고... 무슨 일을 하고 있으며, 돈은 많이 벌었냐고 묻기도 하고, 금기 사항인 정치적인 질문도 서슴치 않는다....
가져간 자그마한 선물을 받아 들고 고마워하며, 그 다음날 만났을 때 다시 아는 체를 하며 손을 잡아 주고, 만나자마자 헤어진다고 하며 눈시울을 조금 붉히던 안내원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아주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 감동은 금강산의 풍경을 보며 느꼈던 것 이상이었다.
여행내내 감탄을 금치 못했던 금강산의 풍광이지만, 설악산을 다녀서 그런지 금강산의 절경은 설악산의 연장선으로 느껴진 것은 나 혼자만의 생각이었을까...., 하지만 스쳐 지나가는 풍경 속에, 가슴이 아련해지던 북측의 여러모습들은 묵직한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였다. 또한 우리가 잃어버린 순박함을 느끼며 기억에도 없던 분실물을 찾은 듯한 그 감동을...
물론 이들이 많은 관광객을 맞이하며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배우는 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아마도 본연의 심성은 변하지 않을 거라 믿고 싶다...
어서 통일이 되어 이 아름다운 강산을 마음껏 향유하고, 북측도 스스럼 없이 우리들과 어울릴 수 있는 그날이 빨리 오기를 바랄 뿐이다....
자주 우리들은 부족했던 시절을 잊곤 한다. 그저 빠르게, 남보다 내것을 우선하고, 금전이 모든 것의 우위에 있는 세상에 살면서 가장 소중한 인간미를 잃어가고 있다. 남을 배려하기 보다는 질타가 먼저이고, 상식이 결여되고, 무뢰한 사람들을 일상의 다반사로 접하며 인간에 대한 염증을 느끼던 나에게 기억 저편에 있던 이 순박한 북측 안내원들은 나에겐 신선한 청량제였다.
세상은 아는 것 만큼 보이고 배운다는 가장 단순한 명제 처럼, 내 그릇에 무엇을 보고 무엇을 담아가는가....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번 여행을 통해 얻은 이 신선함이 오랫동안 가시지 않았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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