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 및 영화]/영화 이야기

Once Upon A Time in The West (1968)

피터팬2 2008. 2. 12. 18:56




제작년도 : 1968년

감독 : Sergio Leone

주연 : Henry Fonda, Claudia Cardinal, Charles Bronson

음악 : Ennio Morricone



 

나는 피아노 앞에서는 작곡을 하지 않는다. 그런 일들은 아마추어들이나

하는 짓이고 나는 항상 책상 앞에 앉아 영화 음악을 만든다.
그리고 많은 영화음악들을 촬영 전에 미리 만들어 감독에게 들려준다.

지금까지 무려 500편이상의 영화음악을 만들어오면서 이젠 누가 뭐래도

현대 최고의 영화음악가로 손꼽히는 Ennio Morricone가 한말이다.

한편으로는 오만하고 또 교만하게 느껴지는 인터뷰 내용이다.


악기 앞에서 작곡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아마추어’ 라고 내다 몰다니......
그러나 평범하지 않은 이 말이 그가 얼마나 창의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한 천재 작곡가인가를 대변하는 듯도 하다.


 

이 영화도 그는 사전에 Main Theme을 비롯한 여러 음악들을 미리 만들고 또 테잎으로

제작을 한 이후 촬영 장소에 사전에 제공을 하였다고 하는데 끌라우디아 까르디나레

(이하 CC로 표현)가 역에 도착하는 초반부 장면에서부터 Crescendo로 진행이 되면서

마치 바그너 의 오페라 아리아 같은 느낌을 준 이 음악에 맞춰, 대부분의 촬영이 이루워졌다고 하니

어쩌면 몇 십년 후에 유행을 시작한 뮤직 비디오 촬영의 효시라고도 말 할 수 있을까? 

 

CC의 인터뷰에서도 바로 이런 음악들이 있었기에 더욱 쉽게 등장인물의 연기에 몰입 할 수

있었다고 회고를 하였다. 편집된 필름을 보면서 연주를 하여 사운드 트랙을 녹음하는 전형적인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모리꼬네 스타일의 혁신적인 방식이었는데 동창인 세르지오 레오네의

전폭적인 지원도 이렇게 그의 역량을 발휘하는데 큰 몫을 차지하였다.

 

 

친구끼리 도와가면서 두 사람이 모두 성공하기는 대체적으로 매우 드문 경우인데

이 두 사람은 특이하게도 서로 성공한 경우라 하겠다. 1928년에 로마에서 태어난

엔니오 모리꼬네는 개혁적 성향의 Sergio Leone 감독과 같은 학교에 다니면서

서로 우정을 쌓아 왔고, 1964년에 그가 부탁한 황야의 무법자

(Per un Pugno di Dollari/For a Fistfull of Dollars)의 영화음악을 만들기 전까지는

몇 편의 영화에 손을 대기는 하였지만 거의 무명의 음악가였다.

 

그러나 개혁적인 이 두 사람이 힘을 합치니 결과는 오늘날 어떻게 되었는가?
(그의 아들인 Andrea Morricone도 현재 영화음악 작곡가로 활동 중인데 그 유명한

Nuovo Cinema Paradiso (1989)의 Love Theme을 아버지 대신 직접 작곡 하는 등

아버지와의 공동 작업을 통해 많은 영화에 관여 하고 있다고 한다.)

 

 

이 영화를 통해서 엔니오 모리꼬네는 1964년의 혁명적이었던 ‘황야의 무법자’로 부터

시작이 된 ‘영화음악 개혁 시도’를 거의 마무리하여 가는 듯 하였다.

(1972년작인 석양의 갱들/ Fistful Of Dynamite에서는 ”숑 숑“ 이라는 특이한

스캣 기법으로 서부영화 음악의 최고작을 만들기도 한다.)


어쨌든 개혁적인 시도의 이 영화음악의 가장 큰 특징을 말하자면,

우선, Main Theme을 포함하여 4개의 Theme을 각 인물 별로 미리

만들어놓고 그들이 등장할 때면 어김없이 그 Theme이 따라 나오는 식인데,

왠지 스산하고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 '하모니카 맨의 Theme'

(황야의 허공 속에 날리는 듯한 하모니카의 솔로 가 약간 과장이 되긴

하였지만 무척 강하게 다가온다.)


Jew's Harp 라는 특이한 (소)악기로 코믹하게 연출한 '샤이앤의 Theme' 그리고 바로,

주인공인 '질의 Theme' (Once Upon A Time in America의 'Deborah's Theme'과 매우 흡사하다.)

 

이렇게 서부 영화에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새로운 그만의 스타일을 또 다시 선 보였는데,

아주 고운 멜로디에다가 아름다운 여성 보컬리스트의 스캣 코러스를 주 악기같이 사용하면서

감성적인 분위기를 연출 한 클래시컬 한 Main Theme 역시 너무나도 환상적이다.
레오네의 서부영화를 ‘Horse Opera’라고 평한 자도 있었지만, 공교롭게도 오페라의

아리아와도 같은 이런 음악들이 있었기에 더욱 그럴듯한 비유가 되었다.

 

 

또한 “영화의 40%는 Sound 이다”라는 레오네의 평소의 철학과도 같이 그의 영화 대부분이

그런 면이 좀 있지만 이 영화 에서도 의도적으로관객들의 신경을거슬리게 하는 소음을

과장되게 크게 들려 주는데, 삐그덕 거리며 돌아가는 풍차의 소리를 (무려 13분간이나)

비롯하여 파리가 날라 다니는 소리, 기차역의 텔레그래프 소리와 마루 바닥 소리 등의

‘사운드 연출’로 극중의 긴장감을 계속 유지 시키려 한 점도 인상적이다.  

 


 

그리고 그동안 무법자 삼부작 시리즈에서 보여주었던, 그의 장기인 Long Wide-Angled Shot 과

‘극도의 클로즈업’(Tight Close-Up) 촬영 방식도 더욱 많이 사용하였다.


세르지오 레오네 는 헨리 폰다를 개인적으로 어려서부터 무척 좋아해서 그의 성공작인

 황야의 무법자의 주인공으로 기용하고 싶어 하였다가 실패한 적이 있었지만,

드디어 이 작품에서 소원을 풀었다.


그리고 그동안의 출연작에서의 법 없이도 살 것 같았던 성인군자형의 이미지 때문에

전혀 악역에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 헨리 폰다를 과감하게 악당 두목으로 출연시켰는데,

그동안 그렇게 착하게만 보였던 헨리 폰다 의 얼굴이 인상적...

 

 

이 영화에서는 묘하게도 ‘왕 악당’답게 보이는 것도 참 희한한 일이고 보면 역시 감독의 역량 이라는 것이

대단하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촬영 내내 푸른색 콘택트렌즈를 끼고 고생을 무척 많이 하였다고 한다.)

 


 

여하튼 1964년 부터 클린트 이스트우드 를 기용한 저 예산 의 ‘무법자 삼부작 시리즈‘

(일명 Dollars 시리즈)로 이미 성공한 감독이 된 레오네는 이 영화의 제작을 계기로 하여

드디어 변방의 싸구려 영화 감독 이란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시작한다.


스페인의 오지에서만 촬영을 했던 전작들과는 달리 이번에는 스페인의 Almerio와

로마의 Cinecitta 스튜디오를 비롯하여 그가 예전에 존경하던

John Ford의 혼이 서려있는 진짜 서부(Monument Valley/ 존 포드가 8편의

서부영화를 만든 곳)에서 4개월 간 촬영을 하였고, 또 미국 메이저 영화사들도

이 영화를 계기로 그에게 본격적인 (계약과) 투자를 하기 시작 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특이하게도 이 영화의 시나리오 작업에는 오늘날의 대형 감독으로 성장한

Bernardo Bertolucci가 참여를 하였는데 역시 두 거장의 합쳐진 힘이 이 서부영화의 질을

더욱 업 그레이드 시킨듯하고 빌딩 숲을 배경으로 하여 오늘날, 다시 리메이크 를 한다 해도

전혀 시대에 뒤질 것 같지 않은 그 줄거리 역시 매우 독특하고 탄탄한데, 우선 서부영화에

이렇게 여자주인공이 중심인물로 등장하였다는 것이 거의 혁명적이기도 하지만

(Bertolucci의 아이디어) 또 우리 한국 사람들이 끔찍이도 아낀다는 땅이

재미있게도 기본적인 주제 이기도 하다.


영화는 초반부터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의 궁금증을 관객들에게 유발 시키는데.....

 

1)왜 하모니카 맨은 그토록 악당 두목을 추적할까?(답은 끝 장면에)
2)악당 두목은 왜 선량한 일가족을 몰살 했을까?
3)예쁘디 예쁜 여자 주인공은 왜 이렇게 거친 서부에 나타났을까?


 

바로 중심인물인 그녀 앞에 지금부터 아래의 다섯 사나이가 등장을 한다.

 

(1) Bret Mcbain (Frank Wolff, 1928-1971):
선견지명이 있어서 서부로 연장되고 있는 철도가 지나갈만한 사막 한가운데, Sweet Water 라는 곳의

요지의 땅을 사두고, 그곳에 역과 뉴타운을 건설하는 것이 아일랜드에서 이민을 온 이 사나이의 꿈이다.
6년 전에 상처를 하고 세 자녀와 함께 살다가 드디어 새 장가를 들기로 하고, 1개월 전에 결혼식을 올린

새 부인 질(CC)을 이곳으로 부르지만 그녀가 도착하기도 전에 악당 두목의 총에 일가족이 그만 몰살된다.


(2) Frank (Henry Fonda, 1905-1982 ):
철도회사의 사주를 받아 철도연장 공사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맥베인 을 처치하고 증거 조작을 통해

마치 샤이엔일당이 한 짓으로 꾸미나, 왠지 처음부터 하모니카 맨 의 끈질긴 추적을 받는다.
그러나 그가 누구이고 왜 그런지도 모르는 야망의 악당 두목.

 

(3) Harmonica Man (Charles Bronson, 1921-2003):


 

첫 장면으로 나오는 간이 역에서 후랭크 의 부하 셋을 단숨에 처치하는 이름도 없는

미스테리 한 사나이로 출연한다. 등장할 때 마다 직접 목에 건 하모니카를 부는

이자의 목적은 단 하나뿐, 그의 형의 원수를 갚는 일이다.

이 영화에서는 혼자서 The Good 역할을 한, 남성 제 1주인공 인 셈 이다.


(4) Cheyenne (Jason Robards, 1922-2000):


 

거금 5,000불의 현상금이 걸린 악당 두목이지만 적의 적은 동지라고 하모니카 맨과

협조하는 사이를 유지하며 자기에게 살인 혐의를 씌운 후랭크 일당과 대적을 한다.

 

(5) Morton (Gabriele Ferzetti, 1925):


자기가 놓은 철도로 태평양의 파도 소리를 듣는 것이 꿈인 그는 악당 후랭크를

동원하여 불법으로 걸림돌들을 제거 하나, 결국 이 플랙스톤 에서 죽는 순간에

그 파도소리를 환청으로 듣게 된다.

 

 

싸늘하게 이미 식어버린 새 신랑의 시체를 안장한 질 (CC)은 오기가 나서 그냥,

이곳에 눌러 않기로 한다. 곱상한 얼굴에 어울리지 않게 강인한 여성으로 변해 가는듯한 그녀.

그러나 위의 사진 같이 매력적인 자기 몸을 탐하는 악당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는

와중에서 그녀의 과거도 들어 나는데,


“강간 하려면 얼마든지 부하들까지 데리고 와서 다들 해봐,

뜨거운 물에 목욕 한 번 하면 다 없어질 자국인데

까짓것, 죽기 까지야 하겠어?“


바로 그녀는 대도시 뉴 올리언스 의 화류계에 있던 여인으로서 어쩌다 맥베인을 만나게 되면서,

한달 전에 결혼을 하여 이곳에서 새 인생의 출발을 하려 했던 것이다.

(이는 분명 어떤 메시지가 있는 시나리오 이다)  몸이 무기인 그녀는 이후

악당 후랭크 와도 동침을 하면서(이 영화에서 제일 납득을 할 수 없는 부분)

생명을 부지하나 결국은 하모니카 맨에게 마음이 끌리게 된다.

 

 

헨리 폰다(1905-1982)가 그의 수많은 평생 출연작가운데에서도 가장 아꼈다는 이 영화는

레오네가 이전에 만든 무법자 시리즈와는 확실히 구별이 된다.(영화와 음악 모두 한 단계씩 격상)

그동안 그의 작품을 싸구려 마카로니 웨스턴으로 폄하해 오던 평론가들도 이 작품만은

서부 영화의 명작으로 인정을 하였으니 역시 성공한 후에 레오네 가 받는 대접은 다른가 보다.


빠리에서의 48개월간의 장기 상영 등, 이 영화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며,

1960년대를 마감한 운 좋은 레오네는 1970년대 들어오자마자 곧 바로 그의 생애 최고작이라고

호평을 받은 Once Upon A Time in America 를 준비하기 시작 하였다.

(이 작품은 그래서 결국 11년 간의 꿈의 프로젝트-시작의 한 과정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