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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      시 : 2009. 01. 03 (토)  개인산행

● 코      스 : 옥녀탕 - 한계고성 암릉길 - 천제단 - 이후 길잃음 - 계곡과 능선 헤맴 - 다시 한계고성 암릉으로 하산

● 산행시간 : 07:50 ~ 17:20  ( 9시간 30분, 알바 5시간)

 

 원래 계획한 코스

알바코스 

 

 

한계고성암릉은 대승령과 안산 중간쯤의 1396봉에서 남쪽으로 뻗어 내려 옥녀탕 바로 옆을 지나 한계천으로 잦아든다.

등산 금지 코스로 암릉길이 많고, 계속된 오르막으로 힘이드는 코스로 알려져 있다. 이 한계고성암릉을 거쳐 안산까지는

거리는 얼마되지 않아도 암릉과 계속되는 오름길로, 올라가는 시간만 해도 약 5시간 정도 소요된다.

 

처음 계획으론 안산에 일찍 오르면 석황사 치마골이나 반대편 음지골로 하산을 계획하였었지만, 정말 혹독한 알바로

안산에 오르지도 못하고 만신창이가 산행이 되었다...산행하면서 계획했던 곳을 오르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첨이다.

 

4일 연휴 기간동안 등산지를 여러 곳 검토하였다. 처음엔 수도산~가야산 종주를 위해 코스를 검토하였지만,

이곳은 그 어느 산행지보다도 차량회수의 방법이 없어,  내가 좋아 하는 설악을 찾기로 하였다.

작년가을 이 한계고성릉을 가려고 하였지만, 기회가 여의치 않았었다.

 

대략적인 코스만 보고 무작정 간단한 지도만 들고 찾아, 정말 혼구녕이 난 산행이었다.

무엇에 홀렸는지 계속해서 독도를 잘못해 계곡과 능선을 헤매었다.

아무도 들어온 적이 없었을 계곡과 이름모를 능선엔 지난 폭설로 허벅지까지 눈이 쌓여 있어 진행에 아주 힘들었다.

하산시간이 조금만 늦었다면 아마도 사고나 나지 않았을까 싶어 지금도 가슴을 쓸어내린다.

 

이번 등산으로 다시 한 번 치밀한 산행계획(특히 겨울)이 얼마나 중요한 가를 일깨워준 산행이었고,

그동안 산행에 내심 자신만만하던 자만의 혹독한 댓가를 치른 셈이다.

 

 

 옥녀탕 휴게소 주차장

산행들머리인 옥녀탕입구 

 

줄을 잡고 올라서면 성골입구가 나온다 

 

이번 산행에선 바위길과 눈길 때문에 수없이 아이젠을 착용했다 벗었다 해야만 했다.

바위에서는 아이젠을 신으면 더 미끄럽기 때문이다.

 

 

 계곡을 따라 약 30분 진행하면 한계산성 입구(아래사진)가 나오는데, 눈이 너무 많고,

바위가 미끄러워 조금 계곡을 따라가다 적당한 지점에서 바로 오른쪽 능선으로 올랐다.

 

<참고사진> 한계산성 입구 

 

 이곳은 리본이나 이정표가 없다.

따라서 겨울에는 사람 발자국도 보이지 않아 주의깊게 진행해야 한다.

 

 

 가파른 능선을 오르면 자연보호비가 나오며, 계속 진행하면 앞 바위가 나오는데,

이곳은 오를 수 없어 우측으로 우회하여야 한다.

 

 우측으로 우회하다 다시 능선으로 올라야 한다.

 건너편 가리봉과 삼형제봉이 보이고, 가운데 골짜기는 느아우골

 자연보호비가 약 4개가 나오는데, 계속 크기가 작아진다.

 

아래쪽이 성골 

 안산 우측에 치마바위가 있는데, 그 치마바위 능선의 가장 끝부분의 암릉

 전망바위에서 본 치마바위와 안산

오른쪽 감투봉의 모습 

 

 가운데 암릉이 진행방향

 오른쪽 붉은 대암벽

 

 치마바위와 안산 사이로 성골이 선명하다. 이길로도 안산을 오를 수 있다.

 

 

 

 이 암릉을 넘어 가장 윗 부분이 천제단이 있는 곳

아름드리 노송이 많은 곳이다. 

 

 이제 이러한 좁고 가파른 암릉이 계속된다. 눈들이 덮혀 있어 조심해야한다.

 

절벽사면을 바위에 바짝 붙어 6미터 가량 트래버스 해야한다.

발 디딛는 곳이 아주 좁아 조심해야한다.  밑은 수십길 낭떠러지다.

이곳은 한계고성암릉 오르면서 위험한 곳 중 한곳이다.

 

 

절벽을 트래버스 하면 바로 위 암릉길이다. 나무와 바위를 집고 올라야 하는 곳이다.

초보자나 여성분들이 있을 시 자일이 필요하다.

 

 

이곳엔 윗부분이 얼음으로 덮혀 있어 조심해야 했다. 

 

 

올라 온 암릉을 내려다 본 모습 

하늘로 통하는 문이라 하여 통천문이라 한다.

이곳을 통과하여 왼쪽으로 오른다. 

 전쟁 시 출병전에 하늘에 제를 올렸다는 천제단

 

보통 여기까지 산행초입에서 약 2시간이 걸리는데, 눈길 때문에 3시간이 걸렸다.

 

사과와 쵸코바를 올려 놓고 절을 하며, 오늘 안전산행을 빌었는데...

결과적으로 산신령님이 다음에 오라고 방해를 하셨는지, 무사히 하산을 도와주셨는지 모르겠다...

 

 

 가리봉, 삼형제봉을 지나 원통까지 이어지는 능선길

 

 

이 산성은 통일신라 경순왕 때 축성되었고, 후삼국이 정립하며 전투를 벌이던 곳이라 하기도 하고,

가장 확실한 기록은 고려 고종(1259년) 때 몽고군이 한계성을 공격하였으나 방호별감이던 안 흥민 장군이

성밖으로 나가 몽고군을 섬멸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한계고성은 전략적 요충지로, 특별한 지역을 방어하려는 목적으로 쌓은 성이라기보다는

피난성의 성격을 많이 띠고 있다.  산성은 모두 자연석으로 축조되었으며 현재도 성의 형태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그 역사적 가치를 그대로 지니고 있다.

1.8km나 되는 산성에는 문지도 있고, 다른 능선은 몰라도 대승령으로 올라서는 능선을 따라

안부마다 축조된 성곽이 지금까지 남아 있으며 외성 입구는 새로이 잘 축조되어 있다.
최근 고려 공민왕 7년(1358)에 축조 혹은 보수된 것으로 짐작케 하는 기와장이 발견되었다.

무너진 성벽을 최근 새로 세워 옛스러운 맛은 많이 떨어졌지만 역사적으로나 그 규모로 보아

빼어난 성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이 높은 곳에까지 돌을 날라 이 산성을 쌓았을 민초들의 고생이 눈에 선하다.

 

산행 내내 이 멧돼지들의 발자국이 산 곳곳에 널려있었다.

때론 길찾는데 도움이 되었지만, 궁극적으로 이 멧돼지 발자국을 따라가다 길을 잃었다. 

파놓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듯 보이는 멧돼지 흔적들... 능선, 계곡 곳곳에 널려 있었다. 

천제단을 지나 암릉으로 가다보면 이 나무가 있는 곳에서 안부로 내려와야한다.

물론 암릉 옆길도 있다. 

 안부

 

눈이 무릅까지 쌓여 있었다. 실제 여기서부터 길을 잃은 셈이다.

리본도 발자국도 없는 산길을 판단미스로 헤매게 된다.

 

 

안부를 지나면 소능선이 두곳이 있다. 능선의 흐름으로 봐서 꼭데기에서 만나는 듯하여 

오른쪽 능선으로 올라가기로 하였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하니 왼쪽 지릉으로 갔어야 했다..)

 

한참을 가다 보니 보여야 할 치마바위나 안산이 보이질 않는다.

돌아가기엔 너무 많이 와 아래 계곡(오른쪽)을 가로질러 정상등로 옆 능선을 오르면

어떻게든 서북능선과 연결될 것이라 판단하고 오른쪽으로 계속 올라갔다.

 

성골 반대편 계곡과 능선에서 3시간 정도 헤매다,  한계고성릉을 향해 가다 보이는 감투봉이라 판단되는 곳...

 

계곡을 가로질러 오른쪽 능선으로 올랐지만, 서북능선으로 이어질 것이라 판단하고 오른 이 능선

끝에서 본 서북능선은 건너편에 있었다. 지도상엔 간단하게 나와 있었지만, 지릉과 계곡이 또 있었다.

거대한 암릉에 가로막혀 길도 끊어지고, 옆 사면으로 진행할 수도 없는 급경사길이다... 

계속 진행해야 하나 돌아가야 하나 망설이다 다시 한계고성릉을 향해 내려가기로 하였다.

 

다시 올라온 계곡 쪽으로 트래버스하며 내려가며 한계고성릉을 향했다. 눈이 없었다면

시도도 하지 못할 경사를 두툼하게 쌓인 눈을 의지하여 사면을 가로질러 내려갔다.

무려 허벅지까지 눈으로 쌓인 능선과 계곡을 오르내리느라 매우 지쳐간다.

 

식사할 장소도 겨를도 없었다.

판단실수로 너무나 먼 곳으로 와 버렸기에 되도록 빨리 정상등로로 돌아가야 했기에...

 

 

이곳은 한계고성릉과 바로 전에 올랐던 이름모를 오른쪽 능선 사이의 계곡이다.

 

다시 계곡으로 내려와 왼쪽 감투봉을 향해 나아갔다. 겨우 감투봉이 올려다 보이는

지점까지 왔지만 시간이 벌써 2시다. 정상적이라면 이미 안산에 올랐을 시간이다.

올려다 보니 가야할 길은 까마득하기도 하고, 길도 아닌 너무 가파른

사면을 치고 올라야 감투봉과 연결이 될 듯하다. 무릅까지 빠지는 옆사면을 치고 올라

안산으로 가기에는 시간상으로도 지금 체력으로도 아무래도 무리였다.

 

하산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러면 어떻게 내려갈 것인가...

하산길 찾는 것도 어렵다. 고심 끝에 이 계곡을 따라 내려가기로 하고... 

엄청난 눈 깊이와 지난 수해로 바위와 쓰러진 나무들로 가득한 계곡길을 겁없이 내려갔다.

가운데로 진행이 어려우면 옆사면을 두툼한 눈을 믿고 전진했지만,

진행에 방해물들이 너무 많아 도저히 더 이상은 계곡을 따라 내려가기가 어렵다...

 

다시 오른쪽 능선을 향해 올랐다. 겨우 내가 오전에 지나온 능선을 찾고, 내 발자국도 찾았다.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이제 한계고성 암릉릿지를 하산하는 것이 또 문제였다.

암릉을 오를 때와 내려갈 때는 위험도가 다르기에...

 

오전에 지나온 릿지 사면과 트래버스 해야 할 절벽길도 다시 지나고...

정상 암릉길에 올라섰다...

 

 

산행수칙에 "능선으로 올라 계곡으로 하산하라"는 말이 있다 

길을 잃었을 때 적용하는 말이지만, 사실 이름모를 계곡하산은 위험하다.

그냥 평이하게 길이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떨 땐 협곡의 형태가 나올 때도 있어

그럴 땐 진퇴양난에 빠질 수가 있기 때문이다.

 

정상등로를 따라 내려가면서 다시 평온을 찾고... 

그동안 알바하느라 사진은 엄두도 내지 못했던 카메라를 다시 꺼내 들고...

 

 

 

 

 

 

 

 

올라올 때 지나온 안부

 

오늘은 귀신에 홀렸는 지 암릉길을 지나 하산 막바지에서 또 길을 잃어 보여야 할 안부가 보이질 않는다.

또 길도 없는 가파른 사면을 내려가니 오른쪽으로 성골로 연결되는 지계곡이 나오고,

정상등로는 앞 능선이다. 다시 능선을 향해 오르고..

 

오늘 알바의 정수를 경험한다... 완전히 지쳐 이젠 판단이고 머고 생각이 나질 않는다.

아무 것도 먹지 않고 물만 들이켜 체력이 바닥난 상태에 지난번 산행에서 접질린 발목이 시큰거린다..

 

 내려온 가파른 암릉길(중앙)

 

 

왼쪽 높은 봉우리가 귀떼기청봉, 한계령에서 서북릉 오름길 

 드디어 한계령 도로가 보인다...

 

하산을 완료하니 오후 5시 20분이다...

하산을 한시간만 늦게 결정했더라면 어둠 속에서 깊은 산중에 오도가도 못하고 갇힐 뻔 하였다.

 

겨울산행은 익숙한 산길도 눈으로 덮혀 있으면, 아차하는 순간 길을 잃는다.

하물며 리본이나 산행에 도움이 되는 표시가 하나도 없는 이런 산길은 철저한 준비가 없으면

오늘과 같은 위험한 상황을 맞이하기 쉽다.

 

눈 덮힌 겨울산행의 무서움을 절실히 깨달은 하루였다...만일 날씨마져 추웠다면 상상도 하기 싫다...

눈이 없었다면 그리 위험한 코스는 아니지만 준비부족으로, 판단실수로 이름도 없는 계곡과 가파른

능선을 오르내리며 엄청난 고생을 한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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